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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또 지도부 리스크…시작부터 위기 맞은 쇄신작업 [이런정치]
윤리위·당무감사위 출범 직후 ‘태영호 녹취록 사태’ 일파만파
당 내 중징계 여론 고조…‘윤리위 긴급 소집’ 직접 나선 김기현
野선 돈봉투 의혹 자진탈당…여야 쇄신 경쟁 시작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입장 발표 후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이 쇄신의 닻을 띄우자마자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을 부른 ‘태영호 녹취록 사태’가 추가 의혹 제기로 이어지며 몸집을 키우면서다. 지도부에서 터져나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쇄신 노력이 또 다시 지도부 리스크로 인해 빛을 바랜 모습이다.

당 내에서는 오는 8일 예정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가 쇄신 작업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도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쇄신 작업에 나선 만큼 중징계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단호한 책임 물어야” 커지는 중징계 요구 목소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일으킨 논란에 대해 “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내년 총선을 굉장히 암울하게 만들었다”며 “정말로 단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이 지역구인 안 의원은 “내년 총선이 정말 낙관적이지 않다.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게 저를 포함한 여러 당협위원장들의 이야기”라며 “이런 것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지금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 최고위원은 지난 3·8전당대회 직후 반복적인 설화(舌禍)로 당 윤리위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우상화, 제주 4·3 폄훼 발언이 문제가 됐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은 김일성 일가 지시’ 발언과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게시글에 이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이 추가 안건으로 상정됐다.

국민의힘 당규상 징계 수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순으로 높다. 당원권 정지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한 달에서 3년 이내 기간을 정하게 되는데, 통상 6개월 이상부터 중징계로 본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 여름 수해 현장에서 한 실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김성원 의원이다.

당 내에서는 김·태 최고위원의 설화가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 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친 점 등을 놓고 중징계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원권 정지 1년’ 전망이 나오는데, 이 경우 내년 총선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된다. 다만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권 정지 1년은 쇄신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반발이나 불복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적정선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공천 시기에) 불이익을 주는 등 정무적 판단의 영역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활동 시작을 앞둔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태영호(왼쪽)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이 생각에 잠겨있다. 임세준 기자
‘총선 공천’ 역린 건드린 녹취록…직접 나선 김기현

앞서 당 내에선 김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 여론은 높았으나, 태 최고위원에 대해선 경징계 관측이 우세했다. 문제가 된 제주4·3 관련 발언이 개인의 역사관 영역인 만큼 당 개입 여지가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문제의 녹취록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번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녹취록에서 태 최고위원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당사자들은 대화 내용을 부인했는데, 당 내에선 역린을 건드렸다는 반응과 함께 ‘최고위원 사퇴’ 등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김기현 대표가 직접 상황 정리에 나서면서 중징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 대표는 전날 윤리위에 이번 녹취록을 징계 사유 안건에 포함할 것을 요청하고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당헌·당규 따르면 당대표는 윤리위 회의 소집이 가능하다. 그간 지도부 사건·사고와 관련해 유감 표명을 제외하면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김 대표가 정식으로 권한을 행사하며 대응에 나선 셈이다.

김 대표가 4일 예정된 정례 최고위원회 회의 취소를 지시한 점도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태 최고위원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숙이나 반성 대신 “(음해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게 역효과를 불렀다는 것이다.

‘돈 봉투 의혹’ 野도 쇄신 착수…여야 도덕성 경쟁

국민의힘 내에서 높아진 중징계 요구는 더불어민주당의 쇄신 작업과도 맞닿아있다. 민주당에서는 돈 봉투 의혹과 연관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전날 자진탈당을 결정했다. 최근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박광온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릴레이 쇄신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등 개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이 약세인 상황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윤리위 징계 결정을 통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윤리위 결정은 사실상 대국민 혁신 메시지”라며 “당 혁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패배는 안 봐도 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3일 탈당 의사를 밝혔다. 윤·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를 만나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연합]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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