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강’ 못건넜다” 날선 비판도…“당 망하는 길”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가 지난달 11일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딸 조민 씨 부녀의 ‘동반 총선 출마설’이 야권 안팎을 휘감고 있다. 특히 조 전 장관 출마설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제22대 총선 룰을 규정한 특별당규를 확정하면서 크게 불붙었다.
조민 씨는 일단 “의사 꿈을 버리지 않았다”며 이 같은 추측을 일축했다. 조 전 장관의 의중은 확인된 것 없이 ‘설’들만 난무하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우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자멸로 가는 길”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8일 22대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 특별당규에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이후 상급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나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는 부적격 처리한다’는 기존 문구를 ‘공직 후보자로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는 문구로 대체했다.
이에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뒤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조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공천심사 전 선고가 날 경우 이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민주당 의원들은 조 전 장관 출마설 여파를 주시하는 원칙론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4선 중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국민적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총선 최고 목적은 안정적인 승리라는 전제 하에 당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 가능성이 있으면 어떤 누구라도 어디든 갖다 앉히는 게 맞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 본인의 의사가 확인돼야 한다면서 “어떠한 길을 가겠다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고, 그 선택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 의원은 통화에서 “개인의 선택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선거에 돌입했을 때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정무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최대 현역 의원모임인 ‘더미래’ 대표를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은 방송에서 조 전 장관과 조민 씨의 총선 출마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원칙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처럼 야당 의원들이 수사 대상에 많이 오르고 무차별적 기소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냥 다 기회를 박탈하자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 만큼 재판 과정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출마해야 한다,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 또한 옳지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고 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 |
당 고문을 맡고 있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공개적으로 조국 전 장관 출마설에 불을 지폈다. 그는 CBS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이) 하는 걸 보면 안다”면서 “왜 언론에 자꾸 노출되고 북콘서트 같은 것을 알리겠나. 이미 상당한 여론 간 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지를 묻는 진행자 질문에는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 할 것”이라면서 ”(조 전 장관의 출마가) 전체적으로 집토끼를 뭉치게 하는 역할은 굉장히 클 것인데, 산토끼들은 산으로 갈지, 집으로 올지 결정하는 걸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 전 장관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민주당이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한 것이란 거친 비판도 이어졌다.
한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출마한다면) 민주당이 망해 가는 길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이 ‘제2의 조국 사태’라고 할 만큼 큰 사건인데, 이런 마당에 조 전 장관까지 총선에 출마한다면 전체 선거 판에서 불리해질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에게도 이재명 대표의 ‘개딸’과 같은 막강한 팬덤이 있다. 팬덤 정치에는 (긍정적과 부정적) 양 측면이 있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친명계(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지난 1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출마는 본인 자유 아니겠느냐”고 선을 그으면서도 “선거가 본인 개인의 명예회복을 하는 과정은 아니지 않나. 일단 재판에 집중해서 그 재판을 통해서 본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내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은 12일 오전 KBS라디오에서 “우리(민주당)한테 내로남불 딱지가 딱 달라붙은 게 언제인가. 조국 사태 때 아니냐”면서 “우리가 조국의 강을 확실하게 건너지 못하고, 아직도 못 건너고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는데 (조 전 장관 출마는) 지금 강으로 풍덩 빠지자는 이야기다. 그러면 (다음 총선은) 정권 심판이 아니고 야당 심판으로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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