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변속기·엔진 채택 ‘완전한 국산 전차’ 기대감 커져
정부와 군이 지난 25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2 전차 4차 양산계획안을 심의 의결하면서 국산 엔진에 역시 국산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육군 제11기동사단 도하훈련 중 K2 전차가 부교를 건너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최근 방산업계가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25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2 흑표전차 4차 양산계획안을 심의 의결한 것이다.
사업은 2024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5년 간 1조9400억원을 투입해 K2 전차 150여 대 가량을 추가 전력화하는 내용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 육군은 앞서 1, 2차 각각 100여 대, 그리고 3차 54대까지 포함해 총 400여 대의 K2 전차를 전력화하게 된다.
북한군 기갑전력 위협에 대비하고 한반도 미래 전장환경과 전투양상에 적합한 첨단 전차를 추가 확보하는 동시에 기동부대의 공세기동전 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은 이 같은 국가안보와 군사력 강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측면에서도 큰 관심을 모은다.
정부가 K2 전차 4차 양산 사업을 추진하면서 1, 2, 3차 사업 때와 달리 국산 엔진에 역시 국산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채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4차 양산 사업에서 기본적으로 국산 변속기 적용을 추진한다”며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주관 검사와 시험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NT다이내믹스(구 SNT중공업)가 개발한 전차용 자동변속기는 향후 3~4개월 동안 320시간 내구도 검사와 3200㎞ 주행시험 등을 통과하면 K2 전차에 탑재될 것으로 기대된다.
K9 자주포와 FA-50 경공격기와 함께 ‘K-방산’을 이끌고 있는 K2 전차가 반쪽짜리가 아닌 온전한 국산 파워팩 심장을 달게 되는 셈이다.
이전까지 K2 전차 파워팩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엔진과 독일산 변속기를 결합한 형태였다.
애초 정부와 군도 전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워팩까지 국산화해 완전한 국산 전차를 만든다는 구상에 따라 2005년 964억 원을 투입해 국산 파워팩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너무 짧았던 개발 기간과 외국산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가혹한 평가 기준 적용 등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1, 2, 3차 K2 전차 양산분에는 외국산 변속기가 탑재됐다.
국산 변속기는 오히려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튀르키예가 3세대 알타이 주력전차(MBT)에 SNT다이내믹스의 1500마력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 SNT다이내믹스는 지난 1월 튀르키예 전차체계업체인 BMC와 오는 2027년까지 약 920억 원, 이후 2030년까지 약 1750억 원의 추가 옵션구매 계약조항까지 포함 총 2670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올해 첫 K-방산 수출 쾌거이기도 했다.
정부와 군이 지난 25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2 전차 4차 양산계획안을 심의 의결하면서 국산 엔진에 역시 국산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육군 제11기동사단 도하훈련 중 K2 전차가 기동하는 모습. [연합] |
사실 튀르키예도 한때 알타이 주력전차에 독일산 파워팩을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리아 내전 등을 둘러싸고 독일과 정치적 마찰이 빚어지는 바람에 한국산으로 선회한 측면도 없진 않다.
그러나 한국산 변속기에 대한 검증과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SNT다이내믹스는 계약 체결에 앞서 튀르키예 현지에서 알타이 주력전차에 1500마력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내구도 주행시험을 비롯한 적용성 시험평가를 마쳤다.
현지의 험난한 지형과 환경 속에서 하루 200㎞ 야지주행 완료를 비롯해 전·후진 가속성능 및 최고속도, 제동거리, 제자리 선회, 종·횡 경사지 등판 등 18개 항목의 성능시험평가에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고 한다.
당시 튀르키예 정부 고위관계자는 “알타이 주력전차의 개발시제품에 사용됐던 독일산 파워팩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줬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다만 이전까지 한국군이 전력화한 K2 전차에조차 한국산 변속기를 탑재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은 아무래도 상대국에 설명하기 옹색한 일이고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대선을 앞둔 튀르키예 내부에서 한국산 변속기를 채택한 알타이 전차에 대해 ‘선거용’이라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대두됐던 게 일례다.
K2 전차 4차 양산 사업을 통해 한국산 변속기 탑재가 확정된다면 이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K-방산 지평 확대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폴란드에 추가로 납품하게 될 K2 전차에 국산 변속기를 장착하는 일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국산 변속기 탑재 K2 전차 전력화의 포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이 한국산 전차에 한국산 변속기와 파워팩을 사용한다는 자체만으로 다른 나라에서 보내는 신뢰도와 신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적으로 국산 변속기를 달면 비용은 물론이고 수리나 정비 등 장점이 크다”면서 “신규 해외수출과 유지·보수·정비(MRO) 등 K-방산과 국익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