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지 하루만이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김-장 연대’로 현 체제를 탄생시킨 당사자 둘이 모두 2선 후퇴하면서 인요한 혁신위가 제안한 희생에 뒤늦게 응답한 모양새가 됐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인적쇄신을 이어가 당 혁신이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은 위태롭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만 우세하다는 판세분석(자체 보고서)이 나올 정도로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얻은 의석수보다도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집권여당으로선 계속되는 여소야대의 불안감이 재차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 책임이 크다. 대통령실이 이념 과잉으로 치닫고 인사난맥이 이어져도 말 한마디 못하고 받아쓰기만 하는 수직적 당정 관계를 이어오다 강서구청장 선거로 철퇴를 맞았다. 참패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적당히 혁신위를 꾸리고 흉내만 내다가 50여일을 허송세월했다. 환골탈태는 빈말이 됐다. ‘윤심’에 기대 만들어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하고 일부 인사에 대한 편중현상으로 달려온 감이 없지 않다. 결국 당이 모두 용산만 바라보는 식이 되다보니 당 위기에 결정적 목소리를 내온 초선들마저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선 이번 총선은 한마디로 죽고사느냐의 문제다. 총선에서 완패하면 윤석열정부는 급격히 힘이 빠지고, 국정 운영 동력의 상당부분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총선용 반짝 아이디어를 내놓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뼛속까지 바꿔야 하는 이유다. 인적쇄신은 그 시작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당장 지도부· 중진 용퇴 등 인적쇄신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혁신은 커녕 친이명계는 강성 팬덤에 기대 비명계 쳐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수수방관한채 시스템 공천을 통해 인적쇄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사이 인재영입한 이탄희·홍성국 두 초선 의원이 현실정치에 실망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창당 공식화 등 당내 분열도 가시화하는 마당이다. 상대방의 잘못에 기대 반사이익이나 얻으려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할 때가 아니다.

이번 총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매섭다.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무당층이 여전히 30%나 된다. 여나 야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낮은 자세로 혁신을 끝까지 이어가는 쪽이 그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