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이 28일 강제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했다.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불안했던 PF 부실 리스크가 결국 현실화한 것이다. 채권단이 내년 1월11일로 예정된 1차 협의회에서 이를 받아들이면 2013년 쌍용건설에 이어 10년만에 도급순위 30위 안에 드는 1군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개시한다. 이번 사태로 580여곳의 태영 협력업체 뿐만아니라 중소건설사 줄도산→대출 채권 부실화에 따른 금융권 위기→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시공 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확장했던 부동산 개발 사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이후 전개된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불패신화로 꼽혔던 강남개발 사업까지 난관에 부딪히자 PF보증 비중이 타 건설사 보다 컸던 태영부터 PF 부실의 뇌관이 터진 것이다.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PF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행사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보증을 섰던 시공사가 떠안게 되는 데 이게 우발채무다. 태영의 우발채무는 3조2000억원에 이른다.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는 사업장 비율이 절반(47%)에 가까워 어디서 또 부실이 터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위태하다. 올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도 1조9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78.7%나 된다.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이런 특수성을 강조하며 건설업 전반이나 금융시장까지 시스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과도하고 과장된 공포감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측면에서 태영건설 사태가 일파만파의 연쇄적 충격을 부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을 다독이는 정부의 대응은 바람직하다. 10여 년과 달리 지금은 예측된 리스크여서 정부가 수분양자, 협력업체, 건설업계, 금융권에 미칠 파장을 감안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점도 다른 점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은행권 연체율은 0.2%로 안정적이나 증권사는 14%로 위험수위라는 점을 주목하고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시장에서는 총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정부가 어떻게든 PF부실을 틀어막을 것으로 봤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이다. 병든 곳을 쉬쉬하다가는 멀쩡한 곳까지 망가질 수 있다. 차제에 질서있는 구조조정으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부동산PF가 실물경제를 흔드는 일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