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올해 두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재건축·재개발에 관한 규제를 확 풀어버리겠다”고 했다. 주택은 민생 이슈의 핵심이다.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주택공급이 기반이 돼야 한다. 양적 측면 뿐만 아니라 입지나 품질 면에서도 수요에 부합하는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수요 있는 곳에 해야 할 공급을 ‘투기 차단’이란 명분으로 억누른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세권 등 선호도 높은 도심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한 규제를 혁파해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1·10부동산 대책은 옳은 방향이다. 택지난이 심각한 현실에서 재건축·재개발은 도심 주택공급의 젖줄이다.
정부의 대책은 공급과 수요 양면을 아우르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진입의 허들을 크게 낮췄다. 준공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사실상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로 미뤄져 정비사업의 초기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사업 기간이 3년 정도 단축될 전망이다. 2027년까지 입주 30년차가 도래하는 아파트 75만가구가 패스트트랙에 올라탈 수 있다. 재개발도 지금은 30년 이상 된 건물이 전체의 66.7%가 돼야 사업이 시작되는데 이를 60%로 완화하기로 했다. 여기서는 20만가구가 혜택을 보게 된다.
수요진작책도 주목된다. 소형 신축 주택을 다주택 중과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올해와 내년 준공하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을 사면 보유주택 수에서 빼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깎아주기로 했다. 미분양을 안고 전전긍긍하는 중소건설업체의 숨통을 터줄 지원책이 될 수 있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관건은 시장의 호응이다. 최근 주택 인허가 물량 감소와 재건축 사업 위축은 규제 보다 고금리와 건축 비용 급등과 같은 요인이 더 크다. 서울의 노른자위 자리도 공사비 부담에 건설사들이 입찰을 꺼리는 지경이다. 기반시설이 양호한 수도권에는 파격적 용적률의 고밀도 개발을 허용하는 등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사업성을 높여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태영건설발 PF 리스크가 해소되고 하반기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규제완화가 자칫 투기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 이주 및 주택멸실 급증으로 전세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며 날을 세우는 야당의 반대도 넘어야 한다. 규제혁파가 가져올 과도기적 부작용까지 대비해야 비로소 성공적 정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