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승부수 ‘이조 심판론’ 통할까…“선거 직전엔 지지율 회복”
지도부 “부족했다”고 반성한 날…한동훈, 이조심판특별위원회 띄워
한동훈 “억울하다” 발언에 “세 달 동안 당 이끈 건 한동훈” 지적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박상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충청권과 수도권을 연달아 방문하며 중도층 민심 잡기에 나선다. 최저점을 찍은 당 지지율을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과 ‘선심 정책’으로 반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한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정부 잘못은 내 책임이 아니다’는 식 발언으로 대응하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여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이날 충청남도를 시작으로 수도권 구애에 재차 나선다. 제주 4.3 항쟁 추모식이 열리는 오는 3일에도 한 위원장은 제주도를 방문하지 않는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대신 참석한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초청을 받은 뒤 고심하다가 불참하기로 했다”며 “최근 위기론이 불거진 수도권을 찾는 것이 총선을 앞둔 당 대표로서 적합하다고 봤다. 대신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겠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남은 8일 간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은 민생’이라는 기조로 선거운동을 진행할 방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한동훈 원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발언이 과격하다고 하더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목요일(4일)까지 ‘골든타임’이라고 본다”며 “민생 정책이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에 선거 직전에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어느정도 회복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100일을 둘러싼 전문가 평가는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성공적인 100일이라고 평가한다”며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정당을 이정도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최근 하락세는 용산발(發) 리스크 때문이라며 “한 위원장은 생각보다 뛰어난 정치감각을 보여줬다”고 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상승세를 타다가 2월 말에 조국이 등장하면서 확 꺾였다”며 “휘청한 이유 중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동조화 때문”이라고 봤다. 윤 소장은 “윤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이미지 때문에 환호를 받았는데 갈수록 차별화 시너지가 사라지면서 고전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종섭 사태도 결정적이었는데 한 위원장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귀국한다고 하니까 ‘그걸로 문제가 끝났다’고 발언한 적이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당내에서는 ‘이조 심판론’ 전략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사법리스크’는 부정할 수 없지만, 정부 심판론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조심판특별위원회를 띄우며 전면전을 예고했는데 이날은 장동혁 사무총장이 지도부 중 처음으로 “부족했다”고 사과한 날이었다. 당시 장 사무총장은 “여당으로서 저희들의 손가락은 저희를 향하기 보다 야당을 향했던 적이 많이 있다”며 “이제 바뀌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뤄진 동작 지원 유세에서 “범죄자의 지배를 받겠냐. 아니면 나경원·장진영 후보를 부리시겠냐”고 했다.
국민의힘 경기도 지역 출마자는 “반성이 먼저 이뤄진 뒤 이재명·조국 대표를 겨눠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니 부작용이 난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수위를 조절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한 위원장이 공식 선거유세를 시작한 뒤로 ‘지배’라는 용어를 쓴다”며 “낮은 자세로 임해도 판세가 뒤집힐까 말까 한 상황에서 ‘이재명한테 지배 받겠냐’고 말하면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냐. 이 대표는 ‘함께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자’고 말한다. 정치 경험의 차이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거리를 두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이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고 고치라고 만들어진 자리”라며 “근데 지금은 마치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은 하지 않고 있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니 ‘원래 치명상을 입고 들어온 환자’라면서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부산지역 지원 유세에서 “우리 정부가 여러분 눈높이에 부족한 게 있을 거다”면서도 “저는 너무 억울하다. (여러분이) 저한테는 한 번도 기회를 준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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