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영화 전성기를 이끈 기생충 출연진들이 지난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한 모습 [SNS 갈무리] |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설마했는데, 1위→꼴찌 추락”
명량, 극한직업, 국제시장, 베테랑, 기생충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던 전통의 영화 명가 CJ ENM이 영화 배급사 순위에서 꼴찌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도적 1위였던 CJ ENM의 몰락으로 국내 영화 배급사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CJ ENM 안팎에서는 “설마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한숨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CJ ENM은 ‘더 문’, ‘소년들’ ‚’외계+인 2부’ 등 기대작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관객 점유율이 6.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영화 배급사 가운데 쇼박스 다음 꼴찌수준이다. 그간 순위에서 뒤쳐졌던 쇼박스는 영화 ‘파묘’가 대박을 내면서 올들어서는 CJ ENM이 쇼박스에도 밀렸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2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점유율 17.2%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배급사만 놓고 보면 35.5%에 이른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작년 흥행 1, 2위 작품이었던 ‘서울의 봄’, ‘범죄도시 3′을 배급했다.
‘노량’, ‘싱글 인 서울’, ‘잠’, ‘콘트리트 유토피아’ 등을 배급한 롯데컬처웍스는 점유율 11.9% 국내 배급사 가운데는 2위였다. 이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였다.
돌연 자리에서 물러난 CJ ENM 구창근 대표 [사진, CJ ENM] |
CJ ENM는 지난해 영화 사업에서 수백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내놓은 영화 마다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중 한 편도 10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제작비 137억 원 영화 ‘유령’은 고작 관객 66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286억 원을 쏟아부은 ‘더 문’은 완전히 흥행 참패(관객 51만 명)했다. ‘더 문’의 손익 분기점은 약 600만 관객이다. ‘카운트’는 39만, ‘소년들’은 47만 등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한편도 없다.
올해 CJ ENM의 야심작 ‘외계+인’ 2부도 150만 관객에 그치며, 참패했다. 손익분기점이 700만 정도로 알려졌는데 흥행에 실패한 1부(153만8000여명)에도 못 미쳤다.
적자 늪에 빠졌던 CJ ENM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했지만, 영화는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
CJ ENM 영화가 폭망의 길을 걷자 구창근 대표가 올해 직접 영화 사업을 맡았지만, 최근 돌연 사임 더욱 혼란에 빠졌다. 구 대표는 지난해 3월 말부터 CJ ENM의 대표로 엔터 부문 대표를 총괄해 왔다. 수장 자리에 오른 지 불과 1년여만에 물러나, 의구심이 더욱 증폭된다.
100만명 돌파를 자랑하던 CJ ENM ‘외계+인’ 2도 흥행에 실패,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CJ ENM] |
콘텐츠의 중심이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넘어가면서 영화관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최근에는 흥행 영화들이 잇따르면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범죄도시 3’ ‘서울의 봄’ 등이 1000만 관객을 이끌었고, 올들어서는 쇼박스의 파묘가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반면 CJ ENM은 올들어서도 이렇다할 흥행 영화를 못 내놓고 있다. 큰 기대를 모았던 ‘외계+인’ 2부도 흥행에 실패 적자를 냈다.
한편 OTT를 통한 영화 시청이 극장(관람)을 앞섰지만, 최신 극장 개봉작은 극장을 직접 방문해 관람하는 소비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영화 소비자 행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소비자가 경험한 영화 시청 방식에서 ‘OTT’가 74%로 ‘극장 관람(66%)’을 앞섰다. 그러나 최신 극장 개봉작의 경우, ‘극장에 가서 보는 편’이라는 응답이 37%로 ‘OTT에 공개되면 보는 편’이라는 응답(33%)보다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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