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총선을 평가했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첫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 총선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과 소상공인 대출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도 정부에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양곡법 직회부에 “국회법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고 했다. 추경 제안에 대해선 “부디 포퓰리즘을 거두라”고 했다.
총선이 끝났지만 바뀐 게 없다. 정부와 여야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게 총선 민심이었고, ‘협치하라’는 것이 국민 명령이었지만 용산과 여의도 어디서도 쇄신 의지를 찾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여당 참패에도 불구하고 “국정 방향은 옳았다”고 단언했다. 국정 변화 첫 단추는 인적 쇄신으로 꼽혔지만, 중구난방으로 무성했던 국무총리·비서실장 하마평은 난맥상만 드러냈다. 차기 국회에서도 거대 1당 지위를 누리게 된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해병대 채상병 특별검사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을 5월 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이태원특별법 재표결도 강행하겠다고 했다.
총선 후 여당 행보는 정권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집권당인지 의문을 준다. 선거 참패의 원인 진단도 수습 대책도 쇄신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구체적인 계획이라고 내놓은 것은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 거의 다다. “대통령이 확실히 바뀌고 우리 당도 유능해져야 한다. 대통령만 쳐다봐선 안된다”(정의화 전 국회의장)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위기”(윤상현 당선인) “기업 같았으면 벌써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움직이고 있을 것”(고동진 당선인) 이라는 당내 자성 목소리가 무색하다. “우리는 21대 국회 시작 때부터 밀어붙이기보다는 (여당과) 협의와 논의를 계속하다 오히려 국민에게 질타받았다”며 “민생을 위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겠다”(임오경 대변인)는 민주당의 자만을 굴욕으로 받아들이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소수정당 노릇이나 하라고 유권자들이 여당에 참패를 안긴 것이 아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정부의 국정쇄신과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라는 것이다. 대통령에 직언하고 집권당으로서 대안을 갖고 의정을 주도하라는 명령이다. 야당은 국민들이 여당의 개헌저지선을 지켜준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총선 전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와 대선, 지방선거에서 왜 연이어 패배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누구든 ‘일방 독주’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