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 나타난 지드래곤.[네이버 블로그]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아침잠이 많은 사람은 정말 게으른 걸까? 아니었다. 저녁형 인간이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
최근 ‘저녁형 인간’에 대해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저녁형 인간은 게으르다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오히려 아침형 인간보다 더 영리하고 창의적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용돼 화제가 된 지드래곤은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고 밤에 일을 주로하는 전형적 ‘저녁형 인간’으로 유명하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음악가 등 예술 분야의 종사자들 중에는 저녁형 인간이 유독 많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박지은 박사 연구팀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함께 아침형·저녁형과 같은 수면패턴과 인지 기능과의 관련성을 규명했다. 한국과 영국의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서 아침형‧저녁형과 인지기능 간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지금까지 수면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주로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아침형·저녁형이라 불리는 개인의 크로노타입(아침이나 저녁활동에 대한 개인선호도) 요인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아침형·저녁형 중 어떤 유형의 인지가 높은지는 연구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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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50만명의 영국 성인들로부터 수집된 바이오뱅크 데이터베이스 중 2만 6800명 이상(53세~86세 대상자)의 데이터를 활용, 횡단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인지기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침형·저녁형에 따라 기억력 감소 정도가 다른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상 및 취침시간에 따라 아침형·저녁형을 분류한 후 인지기능을 시험한 결과,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인지능력 평가에서 7~14%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
또한 아침형·저녁형에 따라 기억력 감소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유형에 따라 기억력 감소 위험을 낮추는 적정 수면시간이 다르게 나타났다(아침형 5~6시간, 저녁형 7~8시간).
박지은 박사는 “개인별 크로노타입에 따른 아침형·저녁형은 실제 수면의 질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앞으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연구실에 나타난 지드래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 화제가 됐다. [네이버 블로그] |
영국 런던정경대 사토시 가나자와 교수팀도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목은 ‘왜 저녁형 인간이 더 영리한가’로 미국 청소년 2만 745명을 대상으로 수면패턴과 IQ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집단의 IQ가 더 높게 나왔다.
연구팀은 “인간은 낮에는 생활을 위한 일을, 밤에는 독창적 일을 하며 진화했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늦게까지 깨어있다고 발달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마드리드대학 심리학과 연구팀도 12~16세 청소년 88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녁형이 창의력이 높고 귀납추리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저녁형 중에는 작가, 음악가, 예술가, 프로그래머 등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직군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