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인코드엔터테인먼트]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사생팬’으로 K-팝 스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티스트의 자택을 찾아거나 항공권 좌석을 변경하기도 한다. 사생팬은 스토킹 등으로 유명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집단이다.
25일 가요계에 따르면 밴드 씨엔블루는 지난 21일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아티스트의 사생활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아티스트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 모든 이벤트 참여가 금지되는 등 불이익이 적용된다”고 공지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특정 팬이 멤버가 자주 가는 곳을 알아내 따라가고, 자택을 찾아가 경비원에게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멤버 이웃과 가족에게 피해가 가는 행위라 공식적으로 자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룹 제로베이스원도 20일 아티스트의 개인 정보를 알아내 연락을 시도하거나 거주지에 무단 침입하는 팬을 경찰에 고소했다.
특히 K팝 아티스트의 해외 일정이 늘며 비행기에서 사생활 침해를 경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불법으로 정보를 거래한 이들은 비행기에서 아티스트와의 근접 접촉을 시도했다. 아티스트의 좌석을 임의로 변경하는 일까지 있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태현은 지난 6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팬 사인회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누가 멤버들의 좌석 기내식만 미리 예약해 바꿔뒀다”며 “안 먹으면 그만이긴 한데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소속사 하이브도 아티스트의 항공권 정보를 불법으로 확보해 수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SNS 계정 운영자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아이돌이 사생활 침해로 피해를 겪는 사례는 대형 팬덤이 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K팝의 오래된 문제다. 김재중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재친구’에서 “과거 H.O.T 시절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무작정 찾아가는 방식이었다면, 우리 때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이 결합해 더 심해졌다”며 사생활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신곡 ‘하지마’에 “밤마다 전화하지 마, 숨 막혀 돈 받고 번호 팔지 마”라는 가사로 사생활 침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재중은 지난 21일 방송된 MBC 심야괴담회에 출연해서도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며 “집에 찾아온 사생팬이 있었다”며 “저희 아파트, 집에 찾아와 도어락의 지문인식이 있지 않나. 그것을 계속 누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밤중에 키스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느껴지더라 그래서 눈을 살짝 떴는데 제 위에 올라 타 있었다”고 했다.
업계는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구입해 아티스트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팬들에게 팔아 돈을 버는 방식으로 피해가 재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소속사들도 무관용 원칙으로 사생활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온라인으로 활동하며 흔적을 곧바로 지우는 경우가 많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해외 일정을 나가보면 아티스트의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우연을 가장하는 노력도 없이 비행기에 타고, 호텔에 침입하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정보를 사고파는 이들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사생활 침해 문제를 근절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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