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APMA캐비닛에서 전시
이지영 디렉터 “한국 진출 고민중”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작가 데릭 애덤스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열린 국내 첫 개인전 더 스트립’(The Strip)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대 화랑인 가고시안 갤러리의 한국 첫 전시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브라운스톤, 데스티니스 차일드, TLC, SWV, 그루브 시어리….
작품 이름마다 1990년대 흑인 R&B 걸그룹의 대표곡들이 붙었다. 뷰티 매장 쇼윈도에 진열된 다양한 피부톤의 흑인 여성 마네킹 두상들이 화폭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가발을 쓴 각 마네킹 두상은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손님들을 마주하고 있다기 보단 저마다 개별적인 사연이 깃든 초상에 가까워 보인다.
“제 그림은 상품이 나열된 윈도우 안의 세상으로 연결하는 일종의 포털(portal·관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는 3일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1층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데릭 애덤스(54)의 국내 첫 개인전인 ‘더 스트립’(The Strip)이 개막한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프랜시스 베이컨, 에드 루샤 등 스타 작가를 다수 보유한 세계 최대 갤러리 가고시안이 프리즈 서울 개막에 맞춰 한국에서 연 첫 전시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작가 데릭 애덤스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열린 국내 첫 개인전 더 스트립’(The Strip)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대 화랑인 가고시안 갤러리의 한국 첫 전시다. [연합] |
2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여행지 길거리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기반으로 내러티브를 상상해서 작품을 만들었다”며 “어디를 가더라도 그곳의 젊은 세대가 즐기는 헤어스타일, 패션, 음악 등에서 영감을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작가인 그는 “특정한 맥락을 이야기하지 않고선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내 작업은 미국인들이 가진 다양성과 그 역사성을 묘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덤스의 작업 주제는 소비자와 뮤즈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도심 속 흑인 여성들의 삶을 관통한다. 작가가 “내 작업은 모두 일종의 초상화”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신작들은 그가 2019년 처음 시작한 ‘스타일 베리에이션’(Style Variation)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큐비즘과 아프리카 가면으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마네킹 두상을 다면적 형태와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한 작업들이다. 그의 캔버스 가장자리는 붉은 벽돌이 둘러싸는 형태를 지니는데 작가는 그 위에 미국 패션 디자이너 패트릭 켈리가 즐겨 사용한 하트를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 넣었다. 그는 “켈리만의 생동감과 포용력이 넘치는 스타일에 대한 오마주”라고 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작가 데릭 애덤스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열린 국내 첫 개인전 더 스트립’(The Strip)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대 화랑인 가고시안 갤러리의 한국 첫 전시다. [연합] |
특히 음악은 그의 작업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작품 제목을 미국의 한 시대를 보여주는 흑인 여성 R&B 걸그룹의 대표곡으로 정한 것에 대해 “언제나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한다”며 “완성된 작품 앞에 앉아서 그림 제목을 어떻게 지을지 혹은 내가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림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고 이름을 붙인다”고 답했다.
전 세계 19개 지점을 보유하고 ‘갤러리 제국’ 가고시안의 이번 국내 첫 전시는 팝업 형태로 나흘 간만 열린다. 가고시안은 한국에 따로 지점을 내지 않은 갤러리로, 아시아에는 2011년 문을 연 홍콩 지점 뿐이다.
가고시안의 한국 비즈니스 확장 업무를 담당하는 이지영 디렉터는 이와 관련 “서울에 지점을 내는 것을 포함해 많은 부분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 첫 전시로 애덤스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선한 전시를 선보이고 싶었다”며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이자, 갤러리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기준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지영 가고시안 한국 확장 업무 담당 디렉터(왼쪽)와 닉 시무노비치 아시아 비즈니스 총괄 시니어 디렉터. 이정아 기자. |
프리즈 서울과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하는 갤러리로서 작품 선정 전략을 묻자 아시아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닉 시무노비치 시니어 디렉터는 “아트바젤 홍콩이 프리즈 서울보다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아트바젤 홍콩은 동북아시아, 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를 겨냥하고, 프리즈 서울은 조금 더 동북아시아 지역에 초점을 맞춘 아트페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프리즈 서울의 브랜드 인지도 등이 (아트바젤 홍콩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프리즈는 아트바젤과 비등비등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은 탄탄한 미술 인프라가 마련돼 있는 도시”라며 “프리즈 서울에 아시아 전역에 있는 컬렉터와 특히 미술관 관계자들이 많이 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