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야당이 제안했지만…한동훈, 수용 아닌 ‘역’제안
당 장악력은 여전한 과제…당내 불협화음, 식사정치로 극복할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22대 정기국회가 100일 간 레이스에 본격 돌입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 티메프 재발 방지법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부쩍 대외 행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원내의 시간 속 ‘원외’인 본인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전략인데 한 대표가 원내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추석 이후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논의 중이다. 한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차차 보폭을 넓혀갈 것이라고 지도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와 별개로 한 대표는 호남 방문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 대표 측은 부연했다.
한 대표는 취임 한 달 차까지도 별다른 현장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 현장 방문 등 요청이 들어왔을 때도 한 대표는 ‘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당에서 먼저 움직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취임 초반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당시 배석자는 전했다. 한 대표의 첫 현장 방문은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 방문이었지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관련 전문가 입장을 듣는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입장을 듣는 ‘현장 방문’의 통상적 성격은 아니었다. 이후 한 대표는 청소 노동자를 만나 노동 취약계층에 대한 격차해소를 강조했으나 별다른 대책을 당 차원에서 내놓지는 않았다.
한 대표의 현장 방문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대통령실과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한 차례 충돌한 뒤였다. 한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응급의료 현장을 점검했다. 양당 대표 회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다음날이었다. 한 대표는 응급실 방문 4일 뒤인 지난 6일 “국민의힘은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 및 운영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현장 행보에 집중하는 이유와 관련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여의도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니겠냐”며 “원외 입장에서 이슈파이팅에, 그 중에서도 굵직한 이슈에만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9월 정기국회 개원, 10월 국정감사, 11월~12월 예산국회 속에서 ‘원외’ 한 대표가 입장이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여론을 등에 업어 몸집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 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를 한 차례 더 언급했음에도 한 대표가 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닌 ‘제안’하는 형태로 맞받은 것 또한 이슈를 본인의 주도권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다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당 장악력은 한 대표의 여전한 과제다. 한 대표는 지난주부터 3선 의원들과 연달아 오찬을 가지는 등 ‘식사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 의대정원 증원 유예안을 두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려는 목적이라고 복수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대표는 정부와 연이어 마찰음을 낸 뒤 한 발짝 물러섰지만 여전히 측근들에게는 제3자 특검법 발의나 증원 유예안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 의원들은 한 대표가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원내 지도부와 보다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대통령실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원내 지도부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당대표가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낼 때 같은 당 의원들을 등에 업어야 하는데 한 대표가 이 점에서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당내 의원들과 물밑 조율을 거친 뒤 목소리를 내야지, 특정 언론에 흘리듯 본인 입장을 낸 다음에 의원들에게 ‘이해를 구한다’는 식으로 말하면 어느 의원들이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9월부터는 원내의 시간이다. 아무리 한 대표라도 언론의 주목을 쉽게 끌 수 없을 것”이라며 “원내 지도부를 패싱하는 모습이 계속 연출되는데 이래선 안된다. 연찬회도 불참했는데 하다못해 의원총회에 참석해 본인 주장의 이유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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