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한일관계 비둘기파로 평가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당선됐다.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차기 일본 총리로 결정되면서 한일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시게루 전 간사장은 과거 발언을 비춰봤을 때 ‘비둘기파’로 분류됐지만, 보수적인 자민당에서 기존 한일관계 기조를 바꿀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자민당 내 '비주류' 인사로 몇 차례 총재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인물이다. 역사수정주의 경향을 상징하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오면서 당내 입지가 부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력 정치인 중에서는 드물게 일본 책임을 인정하는 일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블로그에 "우리나라가 패전 후, 전쟁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으며 그것이 오늘날 여러 가지 모양으로 표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썼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참배하지 않았다. 이런 행보로 볼 때 이시바 체제에서 한일관계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협력 행보가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추진되는 각종 협력 사업도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사 문제에 있어 한층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가을 개최가 예상되는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의 규모와 일본 정부 측 참석 인사 지위 등에 있어 일본이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보인다.
일본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던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방침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한국이 작년 3월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면서 한일관계는 외형적으로 회복됐지만, 제3자 변제를 이행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 일본 기업이 전혀 참여하지 않는 등 여전히 소극적이다.
그러나 최근 크게 보수화한 일본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이 극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가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비주류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한편 한미일·한일 안보협력 측면에서도 이시바 총재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주장할 정도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만큼 협력 강화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핵공유' 및 '미일지위협정'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미국과 관계에 있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의지를 보여 향후 한미일 협력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내달 1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제102대 총리로 공식 선출된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