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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싸게 준다더니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 1년째 입주 못하는 누구나집 [부동산360]
인천 미단시티 ‘누구나집’ 입주 지연
1096가구 계약자들 발동동
공매 위기 넘긴 후 보증 심사에 발목
입주예정자들, 정치권에 도움 요청
영종도 미단시티 누구나집 조감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한때 무주택자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제안된 ‘누구나집’ 사업의 한 시범사업장이 준공 1년째 입주가 미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뜩이나 해당 사업이 자취를 감추며 동력과 관심을 잃은 상황에서, 입주 지연으로 막대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입주예정자들은 정치권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12일 인천 중구 미단시티에 위치한 ‘누구나집 3.0’ 사업장(오션포레 베네스트하우스)의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누토피아’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최근 정치권에 입주 지연 사태 및 지원 촉구를 위한 자료를 전달했다. 사업주체인 시행사의 전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보증 심사가 지연되고,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 등까지 맞물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단 내용이 담겼다. 한 입주예정자는 “멀쩡한 아파트에 1년간 들어가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이라며 “입주를 위한 법률지원단 구성, 보증 검토 시간 단축을 도와달라는 차원에서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누구나집 사업은 무주택자 개인이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집값의 10%를 내면, 10년간 저렴한 임대료로 살고 최초 공급가로 분양받는 방식이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2014년 인천시장 재임 시절부터 추진한 정책이다. 기존 10년 공공임대는 임대기간이 지나면 분양가를 감정평가액으로 정하는데, 분양가를 미리 정하는 점이 주목받았다. 다만 송 대표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누구나집 5.0’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하며 해당 사업도 멈췄다.

미단시티 사업장은 전용 84㎡(34평형) 1096가구로 구성됐으며, 지난 2021년 착공해 지난해 10월 10일 준공이 완료됐다. 지난 2017~2020년 모집된 1096가구의 임차 예정인 약 1000명이 조합원이다. 최초 분양가는 3억5000만원인데, 이미 최초 계약금과 별개로 가구당 평균 4500만원의 추가 납부금을 낸 상황이다. 현 납부율은 82% 정도로, 미납한 가구는 새 조합원으로 대체하고, 최초 계약금은 환불받게 된다.

이곳은 한차례 공매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시행사가 지난해 11월 만기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2800억원을 몇차례 만기 연장했는데, 100억원대 이자를 갚지 못하며 통공매될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시행사가 PF를 받으며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대금과 이자를 대주단에 지급하며 일단 공매를 중단시켰다. 이후 협동조합은 지난 7월 총회를 열어 전 시행사의 경영진을 해임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해 시행권을 확보했다.

이런 위기를 넘긴 이후에는 입주를 위한 보증 발급 과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협동조합에 따르면 보증기관은 현재 ‘가압류에 대한 판단과 기타 사유’를 들어 법률해석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통지했다. 앞서 시행사의 전 경영진 측인 초대 조합장이 신탁사에 ‘신탁 수익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보증기관에서는 임대보증금 보증 발급에 문제가 되는지 판단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공비 회수 시점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시공사 측이 선제적으로 유치권 행사를 하며 가구당 6000만원 상당의 추가 분담금도 요구하고 있다. 조합은 이같은 유치권 행사도 보증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단 보증이 발급돼야 관할구청으로부터 임대공급신고가 수리돼 입주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며 입주는 미뤄지는 가운데, 협동조합은 대주단의 PF 대출금 이자로 일 5000만원을 내고 있으며 이달 초까지 누적 200억원을 지급했다. 한 입주예정자는 “사업의 출발점은 ‘선한 정책’이었지만 여러 문제가 얽히며 입주 예정자들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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