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997년 노이다에 인도법인 설립 ‘첫 발’
판매‧생산법인‧R&D센터까지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 구축
올레드 TV, 세탁기 등 주요 가전 분야 1점유율 1위
현지 소비자 성향 맞춤형 제품 ‘눈길’
印 소비자들, 제품 경쟁력 외 독보적인 A/S 장점 꼽아
인도 델리 시내에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 ‘일렉트로닉 파라다이스’ 입구에 큼지막한 LG전자 광고 이미지가 붙어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
[헤럴드경제(델리)=서재근 기자] “LG전자는 이미 인도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 ‘국민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꽤 됐습니다. 지인 집에 가서 LG전자 양문형 냉장고를 보면 한 번씩 쳐다보고, 열어보죠. LG전자는 모두가 갖고 싶어 하고, 또 좋아하는 브랜드에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수도 델리에서 만난 20년 차 가이드 이주현 씨는 ‘인도 시장에서 LG전자의 인지도’에 대해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 씨 외에도 인도 일대에서 만난 현지 사람들은 예외 없이 LG전자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 1997년 노이다에 인도 법인을 설립, 올해로 인도 진출 27년차를 맞은 LG전자는 판매, 생산법인, R&D(연구·개발)센터까지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해 ‘프리미엄 국민 가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전자는 인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64.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자레인지 부문에서도 40% 이상 점유율로 선두를 지켰고, 올해 1분기 기준 100만대 판매기록을 달성한 에어컨 부문 역시 업계에서 가장 높은 3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델리 가전 매장에 전시된 LG전자 QNED TV(위쪽부터 시계방향), 워시타워, 양문형 냉장고. 델리=서재근 기자 |
LG전자가 한국을 넘어 인도에서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은 현지 매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튿날인 25일 인도 델리 시내에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 ‘일렉트로닉 파라다이스’를 찾았다.
총 3개층(1층 입구 포함)으로 구성된 이곳은 TV를 비롯해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정수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LG전자를 비롯해 삼성, 소니, 애플, 아수스 등 글로벌 주요 가전 브랜드가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군을 아우르는 대형 매장이다. 한국의 롯데하이마트나 일렉트로마트 등과 닮아 있다.
제품별로 다양한 상품들이 매장 곳곳을 빈 곳 없이 채우고 있었지만, 이 가운데 LG전자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LG 제품들은 주로 방문객들의 눈길이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는 메인 구역에 배치됐다. 매장 입구와 2층과 3층을 잇는 계단 벽면에도 LG전자 광고 이미지가 가득했다.
이 매장에서 근무 중인 엔킷 카울 씨는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중저가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전 라인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제품 퀄리티와 차별화된 기술, 여기에 월등한 사후관리시스템(A/S)으로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델리 가전 매장에 화려한 꽃무늬 패턴 디자인이 적용된 LG전자 싱글도어 냉장고가 진열돼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
특히 그는 LG전자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정교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꼽았다. 실제 이날 매장에서는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현지 특화 제품들을 볼 수 있었다.
먼저 눈에 띈 제품은 꽃무늬 디자인이 적용된 냉장고였다. LG전자는 인도 소비자들이 꽃무늬 패턴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에 제품 전체를 화려한 꽃 이미지로 장식한 싱글도어 냉장고를 출시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과거 국내에서도 양문형 냉장고에 꽃무늬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지만, 이들 제품은 마치 냉장고 문 자체가 마치 아름다운 꽃이 그려진 하나의 큰 유채화 캔버스를 연상시킬 만큼 화려하다.
또다른 매장 관계자는 “일부 다른 브랜드에서도 꽃무늬가 들어간 냉장고를 판매하고 있지만, LG전자 제품과 비교해 제품 마감 상태 등 퀄리티에서 차이가 크다 보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파티 스피커 ‘XBOOM’도 인상적이었다. XBOOM은 국내에서는 오피스나 가정, 캠핑장 등에서 사용하는 중소형 블루투스 무선 스피커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인도에서는 초대형 사이즈의 플래그십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
델리 가전 매장에 LG전자 파티 스피커 ‘XBOOM’ 제품이 진열돼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
LP 플레이어를 올려놓을 만큼의 면적에 성인 남성 허리 높이로 구성된 제품은 일반적인 스피커와 달리 마이크가 연결돼 있어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은 물론 출력, 믹싱, 휠을 역방향으로 돌려 스크래치음을 내는 스크래칭 등이 가능한 DJ 휠 및 라이팅 기능도 탑재돼 있다.
매장 관계자는 “인도 영화에서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듯이 인도 사람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사랑한다”라며 “LG전자 엑스붐은 단순히 스피커로서의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노래나 디제잉을 할 수 있어 젊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빛으로 음식을 익혀주는 ‘광파’ 기능을 적용해 현지 고객들에게 필요한 자동 조리메뉴 등을 탑재한 지역 특화 전자레인지와 전력 공급이 끊겨도 7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 쥐 퇴치 기술이 탑재된 세탁기 등 인도 기후 조건과 전력 인프라, 달라진 생활 패턴, 건강 및 위생에 대한 높아진 국민 인식 등 현지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유지·보수 분야에서도 긍정 평가가 이어졌다. 카울 씨는 “같은 제품군 내에서 LG전자 제품 가격은 경쟁사 대비 평균 5~10%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LG전자가 특정 제품 군에 한정되지 않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톱티어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데는 타브랜드보다 월등한 A/S 시스템도 한몫을 한다”며 “상당수 브랜드가 보증기간이 6~7년 수준인 반면, LG전자는 무려 10년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델리 가전 매장에 LG전자 에어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정수기, 세탁기, 전자레인지가 진열돼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
LG전자는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큰 만큼 다양한 마케팅과 소비자 맞춤형 제품으로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 시장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핵가족 및 일하는 여성 증가로 가사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생활가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위생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정수기와 세탁기 판매가 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더 나은 삶을 목표로 하는 중산층 소득층의 기반이 증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지만, 여전히 TV(72%)를 제외한 주요 가전제품 보급률은 매우 낮다”라며 “연간 가계 소득이 50만~300만 루피(약 820만~4900만원)인 중산층이 크게 늘면 가전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있는 LG전자 생산법인 전경 [LG전자 제공] |
한편 LG전자는 인도법인의 현지 상장(IPO)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연 매출은 지난 2018년 2조4703억원에서 지난해 3조3009억원으로 5년새 33.6% 늘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 2조869억원의 매출을 기록, 반기 기준으로 처음 매출 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첫 연 매출 4조원 돌파 가능성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인도법인 상장으로 LG전자가 최소 5억 달러(약 7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9월 독일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도법인 상장은) 고려할 수 있는, 많은 옵션 가운데 하나”라며 IPO 가능성을 열어뒀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