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미래 먹거리 ‘AI서밋’ 총망라
AI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속도전
TSMC·엔비디아와 협력 더 밀착
SK하이닉스 HBM, 대만 수입 2배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AI 생태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SK는 자사와 파트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 AI 인프라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해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사적으로 ‘AI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해 그립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계열사 역량이 총결집된 ‘SK AI 서밋’에서 최 회장은 AI 대확장 시기 선점을 위한 선봉장에 섰다.
연초부터 사업구조 최적화 목적으로 진행한 ‘리밸런싱’으로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고 있는 가운데, SK가 이를 발판으로 그룹 AI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TSMC,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도 더욱 공고하게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6개월 만에 차입금 9조 감소 발판 AI 승부수 총력= 4일 SK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순차입금은 76조2000억원으로 올해 1분기말(85조5000억원) 대비 9조3000억원(10.9%)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이후 2개 분기 연속 순차입금이 하락했다. 차입금 감소는 연초부터 진행한 ‘리밸런싱’ 전략이 주효한 데 따른 것이다. 계열사 별로 무분별하게 진행됐던 중복 투자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일부 계열사 통합 및 매각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716개였던 SK 종속회사 수는 올해 6월말 기준 667개로 49개(6.8%) 줄었다.
이는 유동성을 확보해 그룹 자산을 AI로 대표되는 미래 먹거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 회장은 2일 진행된 SK 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Operation Improvement)’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가 매년 진행했던 테크 서밋을 올해 AI 중심의 대규모 글로벌 행사인 ‘SK AI 서밋’으로 확장했다. 그레그 브로크만 오픈AI 회장 겸 사장, 라니 보카르 마이크로소프트(MS)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고, 사티야 나델라 MS CEO·젠슨 황 엔비디아 CEO·웨이저자 TSMC CEO 등이 영상으로 등장했다.
SK 계열사들은 AI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낸다. SK㈜는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인 테라파워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한다.
글로벌 1위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올 12월 SK브로드밴드가 운영 중인 가산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배치한 AI 데이터센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오른쪽 사진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
▶한층 끈끈해지는 SK하이닉스·TSMC·엔비디아 협력 관계=올해 들어 대만이 수입한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규모가 작년보다 12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효과’로 풀이된다. 그만큼 대만으로 건너간 한국산, 특히 SK하이닉스의 HBM 물량이 상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경제부가 펴낸 국제무역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대만이 수입한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규모는 122억달러(약 16조8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4.2% 증가한 수치다. 대만이 이 기간 수입한 메모리 반도체 중 한국산 비중은 절반에 육박하는 44.7%를 차지했다. 대만은 한국산 다음으로 중국산 메모리를 많이 수입했다. 다만 한국산 메모리 수입 규모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1~9월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입액은 59억달러(약 8조1400억원)로, 전체의 21.7% 수준이다.
대만의 한국산 메모리 수입이 급증한 배경으로 HBM이 지목된다. 대만이 보유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SK하이닉스로부터 HBM을 넘겨받아 이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결합하는 패키징 공정을 담당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AI 가속기를 발주사인 엔비디아에 전달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을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대만의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입 증가 역시 SK하이닉스의 ‘HBM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챗GPT 등장 이후 AI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사겠다는 각 기업들의 주문이 쇄도하는 중이다. 덩달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의 인기도 올라갔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메모리로, 엔비디아의 GPU 옆에 붙어 연산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D램보다 3~5배 이상 가격이 비싼 고부가 제품이다. 일반 D램 5개를 파는 것보다 HBM 하나를 파는 것이 이득인 셈이다.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범용(레거시) 메모리를 대량으로 찍어 쏟아내 시장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기술 난이도가 높은 HBM으로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HBM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0% 성장할 만큼 HBM의 매출 기여도는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30%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40%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예상하고 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지난달 24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우려와 달리 AI향 제품의 수요는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고, 고객사의 추가적인 공급 요청도 있다”며 “앞으로 컴퓨팅 파워의 요구량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HBM의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영대·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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