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서민층 난방에 주로 쓰는 등유 가격을 ℓ당 50~60원 내렸지만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지난 26일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의 체감 효과는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
27일 석유공사의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2월 셋째주 평균 주유소 공급가격은 실내등유는 ℓ당 1108.62원(세후), 보일러등유는 ℓ당 1107.61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전주 보다 실내등유는 ℓ당 5.77원, 보일러등유는 ℓ당 3.97원 내려간 것이다.
석유공사는 매주 금요일에 그 전주 정유사들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각 사가 인하를 단행한 시기가 셋째주 후반께인 지난 17일인데다 최근 국제제품 가격이 오름새여서 이같이 주유소 공급가는 소폭만 내려갔다.
반면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유소에서 등유 가격은 정유사의 가격 인하 결정 이전 보다 오히려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실내등유의 경우 ℓ당 1236.69원, 보일러등유는 ℓ당 1230.13원으로 올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또 주유소 등유 판매가격은 정유사가 공급가를 인하한 17일을 전후로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가 ℓ당 1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주유소에서 실내등유는 17일 이후 최저를 기록한 지난 21일 ℓ당 평균 1231.84원에 팔려, 17일보다 겨우 ℓ당 1.75원 떨어졌을 뿐이다. 전국 주유소 보일러 등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 20일에 ℓ당 1217.10원을 기록, 17일치에 비해 ℓ당 4.15원 낮았다.
실내등유 가격이 보일러 등유보다 덜 떨어진 것은 수요가 그만큼 더 많았다는 의미다. 23일부터 실내ㆍ보일러 등유 가격은 리비아 사태 이후 국제석유제품 가격 급등 등의 요인으로 인해 가격 인하 결정 이전 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가격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등유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국제 제품이 올라 인하분을 상쇄해버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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