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폭발사고 현재진행형
日정부 대처 예상외 미흡
높은 정보의존도도 문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방사성 물질 유출로 이어지면서 한국도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철저한 대비는 수십 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죽음의 재앙’, 방사능과 관련됐다면 더욱 그렇다. 특히 원전 사고 처리 과정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발생할 만큼 일본이 예상보다 ‘미숙한’ 대처를 보이면서 최악의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한국 피해 없을 것” =16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일본 원전 사태 관련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한국까지 방사능이 미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가정은 크게 세 가지다. ▷노심용해 가능성이 제기된 후쿠시마 원전 2호기 노심이 100% 녹고 ▷격납용기의 기능이 사실상 상실돼 설계누설률(0.5%/일)의 30배가 누출되고 ▷편서풍을 무시하고 기류가 정확히 한국을 향할 때 등이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울릉도에 거주하는 국민의 피폭선량(노출되는 방사선 양)이 0.3mSv로, 일반인 연간 선량 한도인 1mSv의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2호기의 격납용기가 파손된 채 노심이 모두 녹는 상황에서도 국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김창경 교과부 제2차관도 “아직까지 일본의 원전 사태에 따른 국내 영향이 없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대처능력 미숙 우려, 안이한 대비 금물=문제는 일본 원전 사고가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란 점이다. 특히 전력시스템 이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일본의 대처가 너무나 미숙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전문가는 “방사능 유출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 뒤 곧바로 2호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수소폭발도 연이어 터지는 등 일본의 대처가 예상보다 미숙한 게 사실”이라며 “계속 최악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일본 원전 대처 능력에 의문이 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순홍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노심이 다 녹고 격납용기가 손상되는 등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역시 사실상 일본의 정보 제공에 의존하고 있다.
윤 원장은 시뮬레이션 분석에 2호기 노심용해만 가정한 것에 대해 “일본 당국이 2호기 외에 다른 원자로가 안정화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 4호기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5, 6호기의 온도도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호기 연료봉도 70%가량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공개하는 정보에만 의존할 때 자칫 예상을 뛰어넘는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윤 원장은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답답한 면이 있다. 원자력 관련 국제기구 등에서 전문 조사인력 파견 등을 요쳥하면 기술원 내 전문가를 일본 현지에 급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