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1TV '시사기획 창'이 10월 1일 오후 9시 40분 '500억 한방에 속여, 먹다'편을 방송한다. SNS 불법 광고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건강식품 업체를 차려 그 실태 속으로 들어가봤다.
영양 보충에도, 다이어트에도, 관절염에도 한국인들이 ‘만병통치약’처럼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국내 시장 규모만 6조 원대다. 제약 회사까지 뛰어들며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이면은 퇴보와 막장 그 자체다.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무대가 TV에서 SNS로 옮겨오면서 광고는 과장·허위·불법으로 점철되고 있다. 어느 지경까지 왔을까. '시사기획 창'이 SNS 광고 약 800건을 직접 확인해봤다.
-"의사가 추천"?...배우는 기본, 도용까지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강식품 광고 유형 중 하나는 의사, 약사, 한의사가 성분을 추천하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전문가 말이니까’라며 믿고 구매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대부분 가운 입은 배우였다. 사칭인 게 들통나지 않도록 그 수법은 더 발전하고 있다.
해외 배우를 고용해 가운을 입히는 건 기본. 아예 진짜 해외 전문의들의 영상을 무단 도용해 광고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포-애프터 광고, 즉 후기를 담은 광고 역시 소비자를 속이고 있었다. 취재진은 이 광고들이 실제 후기가 아니라 업체들이 조작했다는 흔적을 찾아냈다.
-'유재석' 도용한 사기 업체까지
도용과 사기도 불법이지만, 이런 의·약사 및 후기를 활용한 광고 자체는 모두 불법이다. 그런데도 넘쳐나는 이유는 SNS 광고 물량이 너무 많아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글, 메타, 틱톡 등 해외 업체들이 광고 게시자 정보를 우리 당국에 공개하지 않아, 수사를 해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틈을 타, 진짜 사기 업체도 등장했다. 개그맨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서 비만 치료제가 나왔다는 소식을 다룬 부분을 교묘하게 잘라 제품 광고에 쓴 것. 이를 믿고 수백만 원어치 다이어트 제품을 산 소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오늘도 이 광고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SNS 게시물, 80%는 숨은 광고" 업체는 수백억대 매출
'시사기획 창' 취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서 ‘당뇨’, ‘다이어트’ 등 관련 단어를 검색해보니 최근 게시물 100건 중 정식 광고는 약 20건이었다. 그런데 나머지 80건은 카드뉴스나 정보성 게시물을 가장한 숨은 광고였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이런 SNS 광고를 건강 정보로 믿고 있었다. SNS 특성상 클릭 한 번이면 구매 페이지로 넘어가기 때문에 SNS에서 광고를 접한 뒤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았다.
이렇게 소비자를 속여먹은 광고를 발판으로 업체들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연간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낮은 처벌 수위, 부족한 단속은 불법을 더 부추기는 상황이어서 이런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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