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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입양돼 행운? 그들에게 난 ‘외계인’이었다
자기 자신의 목격 자들/한분영·페테르 묄레르· 제인 마이달·황미정 지음 안철흥 옮김/글항아리

‘세계 아동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이 널리 알려져도 정작 해외로 입양 간 이들의 내러티브는 소거돼왔다. 한국인 해외 입양아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1970년대 선진국 덴마크로 입양된 네 명의 저자가 쓴 신간 ‘자기 자신의 목격자들’에는 북유럽과 미국으로 입양을 간 또 다른 한국인 43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선진국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이들은 예상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인 유년기 또는 아동기에 벌어진 해외 입양은 국내 입양과 달리 이들에게 언어·관습·문화·정체성에서 극심한 차이를 겪게 하고 인종차별에 노출시킨다.

책에는 이들 생애 전체가 입양됐을 때 사진과 현재 모습과 함께 몇 페이지 안 되는 짧은 글로 응축돼 있다. 수십년의 간극에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서사가 펼쳐진다. 친부모에게, 가족에게, 국가와 사회에 버림받은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입증하며 살아야 했다. 그야말로 ‘자기 자신의 목격자들’인 것이다. 어느덧 40대 후반에서 50대까지의 연령이 된 이들은 이제 웬만한 시련은 다 이겨내며 스스로의 서사를 담담하게 엮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생후 5~7개월께 덴마크로 입양된 메이브리트 코드는 생애 과정 내내 “너는 왜 맨날 분노에 차 있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봐” ““네가 서양에서 자란 건 정말 행운이야” “한국에서 자랐다면 삶이 힘들었을거야. 덴마크의 사회보장번호도 받았으니 만족해”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라면서 모든 면에서 최고가 돼야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않았기에 항상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늘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지쳐버렸다”고 말한다.

입양이 곧 지옥이 된 사례도 있다. 1964년생 김정아는 1966년 보육원 안양의집에 입소했다가 무려 12년 뒤인 열네 살에 노르웨이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불법 입양이었다. 양부모는 각각 55세와 54세로, 김정아와 무려 마흔한 살이나 차이가 났다. 부유한 집안이었지만 그는 양아버지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고 양어머니는 허드렛일을 시켰다. 그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덴마크로 입양된 김선아는 교사인 양부모로부터 24시간 감시와 학대를 당했다. 그는 “뒤에서 누가 덮칠지도 모른다고 느끼면서 앞으로 달려온 삶이었다”고 요약한다.

좋은 양부모를 만난 이들도 가슴에 메워지지 않는 큰 구멍이 있었다. 덴마크에 입양된 요아킴 베른은 “겉으로는 복지국가에서 특권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늘 공허함이 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빼앗아갔는데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 감사하겠다’며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1954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입양을 시작한 한국은 2022년까지 16만8427명을 내보냈다. 국내 입양(8만1532명)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저자들은 성인이 된 후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 땅을 찾기도 했다. 입양기관을 방문해 자신의 서류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 코스다. 그런데 서류 대부분은 허위 기재였고, 그들의 입양은 불법이었음을 마주한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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