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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중에 아기도 낳으실 텐데" 동덕여대 출동 경찰관 '성인지 감수성' 논란
남녀공학 전환 반대 동덕여대 재학생들 연일 시위
신고에 출동한 경찰, 시위대 만류하며 한 발언 논란
"남자에게 '나중에 아빠될텐데'란 말 하냐" 발끈
동덕여대 조용각 이사장의 흉상이 재학생들이 투척한 날계란, 토마토 케첩 등으로 얼룩져 있다. [SNS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나중에 아기 낳고 육아하실 텐데…”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해 재학생들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동덕여대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이같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저녁 7시께 서울 종암경찰서는 소음이 발생하고 재물 손괴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를 5건 연달아 받고 상황 파악을 위해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로 출동했다. 종암서 경비계 소속 경찰관은 학생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본관 건물에 들어가 학생들이 야구 배트와 소화기 등을 사용해 총장실 문을 부수려는 걸 목격하고, 이를 제지했다.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저지하기 위한 동덕여대 재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진 11일 동덕여대 본관 앞에 학생들이 벗어둔 대학 점퍼가 놓여있다. [연합]

당시 현장에선 오후 5시에 학교 본부와 총학생회 면담이 예정돼 있었으나 본부 담당자들이 1시간 이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노한 학생들이 소화기를 들어 총장실 문을 부수려하자 한 경찰관은 "소화기 용도는 그게 아니지 않나요" "불법 행위는 안 됩니다"라며 학생들을 만류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 나중에 선생님 되시고, 나중에 아기 낳고 육아도 하시고(그럴 텐데 불법 하면 되겠나)"라고 발언했다.

이에 학생들은 즉각 "애 안 낳아", "네가 임신해" 등을 외치며 반발했다.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저지하기 위한 동덕여대 재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진 11일 백주년기념관 건물 앞에 '공학 전환 결사반대'라는 팻말이 붙은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연합]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소화기를 가지고 문짝을 내리치고 부수려고 하고 있으니,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앞으로 아이도 생기고 육아도 하실 분들이 그렇게 행동하시면 나중에 애들 교육 어떻게 하시려고 하냐는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남성이 주도하는 시위를 해산시키면서 '여러분들 나중에 아빠될텐데'와 같은 발언을 하느냐", "여성은 고등 교육을 받아도 출산하고 육아하는 대상일 뿐이라는 인식이 바탕이 된 성희롱성 발언"이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경찰관이 발언하고 재학생들이 야유를 보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면서 국민신문고에는 해당 경찰관을 경질하라는 내용의 민원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일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교정에서는 연일 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건물 앞에는 근조화환이 줄 잇고 있고, 날계란과 페인트를 투척한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다. 총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대학본부는 여자 대학의 존재 의의를 다시 한번 상기하라"며 "(학교 측의) 무모한 공학 전환 철회를 요구하며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거론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측은 확정된 사안이 아닌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공학 전환은 학교의 발전계획안인 '비전 2040'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라며 "그 이후 발전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를 더하면 모두 14곳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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